금민(사회대안포럼 운영위원장)
I. 들어가며: ‘모기지 담보부 증권’(MBS)와 수탈경제
신자유주의의 자본축적이 수탈경제에 기반하고 있다. 잉여노동시간의 착취를 통해 이윤을 확보했던 본연의 축적방식과는 달리 지난 35년간의 신자유주의 시대에서 자본축적은 다른 자본가의 이윤을 금융적 방식에 의해 수탈하는 방식으로 바뀌어 갔다. 이는 미국의 경우, 1991년-2000년의 일시적 호황의 경우에도 금융부문의 호황에 비해서 비금융부문의 생산성은 그다지 높지 않았으며 이마저도 월마트 효과와 닷컴버블에 의존한 호황이었다는 점을 통해 여실히 나타난다. 클린턴 시대의 일시적 호항 이후 2008년 현재의 파국에 이르기까지의 시계열 상에서 가장 근접 과거에 위치하는 사건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붕괴(subprime mortgage debacle)다. 2002년-2005년간의 호황은 모기지 론과 주택 버블에 근거한 것이었는데, 이는 수탈적 자본축적이 반드시 산업자본의 이윤율을 상회하는 고금리를 전제로 할 필요가 없다는 점과 국제적인 수탈경제와 달러지배체제의 상관관계를 보여준다는 두 가지 점에서 흥미로운 사건이다.
모기지 론은 주택 등 유형자산을 담보로 한 가계대출로서, 1970년대 중반 석유공황 이후 세계자본주의가 저성장 저축적시대로 접어들어 비금융기업의 부채수요가 감소하자 은행들은 신용대출 대상자를 가계와 일반 소비자로 확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은행들은 이미 1970년대부터 ‘모기지 담보부 증권’(MBS)을 발행하였는데, 당시에 이 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했으나 2005년 말 미국의 전체 모기지 론은 미국 GDP의 69.4%에 달하는 규모인 8조 6천6백억 달러로 팽창했고 모기지 론의 증권화 역시 2004년 이후에 급격하게 이루어져서 2008년 상반기에 MBS 총가격은 미국 GDP의 76%수준, 곧 10조 달러 수준에 근접했다. 모기지 론의 증권화는 은행 등이 정부가 후원하거나 보증하는 패니 매(Fannie Mae), 프레디 맥(Freddie Mac), 지니 매(Ginnie Mae) 등의 금융자본이나 골드만삭스, 시티은행, 메릴린치 등의 투자은행들에게 주택담보부채권을 판매하고 매입자들이 이를 통합하여 하나의 풀로 만들고 원리금 회수가 보증된 선순위증권과 위험성이 높은 후순위증권으로 분할하여 2차 증권시장에서 매각한다. 최종 매입자에는 은행, 연기금, 보험사, 펀드 등 미국 내의 금융자본뿐만 아니라 환차익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외국 금융자본도 포함되어 MBS의 부실화는 세계적인 금융공황을 야기하게 된다. 모기지 론의 팽창은 2004년까지 2%대를 유지한 부시행정부의 저이자율 정책과 2002년-2005년간 급상승한 주택가격에 기인한 것이었다. 저이자율이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상환을 용이하게 만들고 주택매입수요를 급증시켰다면, 주택 수요에 힘입은 주택가격 상승은 거꾸로 담보평가액을 상승시키고 주택담보대출액의 팽창을 초래했다. 부시행정부 시기에 모기지 론 버블은 민간소비의 확대를 초래해 실물경제를 떠받치는 요소(Li, 2008, 23-25)였다. 경제성장률은 2001년과 2002년에는 연평균 1.2%이었으나 2003년 2.5%, 2004년 3.6%, 2005년 3.1%로 증가했다. 이와 더불어 2007년 말 미국의 가계대출은 13.8조 달러로 GDP의 99.9%, 그중에서 모기지론의 비중은 2000년 68.7%에서 2007년 76%로 상승했다(삼성경제연구소, 2008). 미국 경제가 이와 같은 방식으로 계속 성장할 수 있으려면 1) 저이자율이 유지될 뿐만 아니라 실질 가계소득이 증가하여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원리금 상환이 용이해야 한다. 하지만 1970년대 이래 미국의 실질임금은 거의 증가하지 않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GDP에서 민간소비 비중은 72% 정도로 이례적으로 높다. 이는 금융투기소득 및 자산투기소득의 증대를 통한 과소비를 의미하는데, 이와 같은 방식의 민간소비 확대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2) 저이자율에도 불구하고 고(高) 달러가 유지되고 미국으로의 자본 유입도 꾸준히 증가해야 한다. 소위 '달러지배체제'가 유지되어야 한다.
곽노완(2008b)은 브레튼우즈 협정이 파기된 1973년 이후의 달러지배체제의 작동 방식을 세 가지로 서술한다. 1) 미국에서 유출된 달러화가 미국 국채 등 달러표시 금융자산을 매입을 통해 다시 미국으로 환류하는 '달러재활용' 구조, 2) 신흥개발국의 금융시장개방과 외환위기를 통해 달러화 수요의 증가, 3) MBS와 같은 새로운 가공자본(fiktives Kapital)<미주1>의 창출을 통하여 유럽과 아시아 및 중동 산유국들의 잉여달러를 유입하는 방식이다. 곽노완(2008b)은 달러지배체제의 본질을 달러화를 증발하여 다른 나라로부터 공물을 거둬들이는 '수탈'(Expropriation) 메커니즘으로 정의한다. 여기에서 수탈은 자본-임노동관계를 매개로 하지 않는 자본축적을 의미한다. 2000-2001년 실리콘밸리 주식버블이 꺼지자 모기지 담보부증권 시장의 활성화를 통해 금융위기를 지연하고 거꾸로 부동산 버블과 모기지 담보부증권의 버블을 경제성장 동력으로 삼을 수 있었다. 이와 같은 힘은 달러화가 세계기축통화가 아니라면 생각해 볼 수도 없는 달러 '주조차익'(seigniorage)에 해당된다. 미국 밖의 금융자본이 모기지 담보부증권 시장에 참여하는 순간, 미국 밖의 금융자본은 미국의 저금리와 고달러를 동시에 부양해야 한다. 미국의 고금리는 모기지 론의 상환율을 감소시켜 기대원리금수익을 급락하게 만들고, 반대로 이자율이 급락하여 달러화가 급락추세를 보인다면 MBS에 투자한 미국 밖의 금융자본은 환차익을 감안할 때 큰 손실을 입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메커니즘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미 연준의 고이자율정책으로 인해 그 한 축이 무너진다. 고유가로 인한 물가상승압력과 중국 주식시장으로 달러화 자금유입이 증가하고 연준은 명목금리를 5.25%로까지 인상하는 고금리정책으로 선회하고 주택가격과 모기지 담보부증권은 곧바로 폭락했다. 미국 밖의 금융자본은 큰 손해를 보면서 철수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붕괴 이후 미국은 고금리 정책에서 저금리 정책으로 다시 선회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러화 가치는 하락되지 않았다. 실물경제까지 번지는 공황의 예감 앞에 G20도 저금리 정책으로 이에 호응했기 때문이다. 또한 달러지배체제로부터의 이탈은 달러화의 하락을 통해 미국 밖의 금융자본의 달러표시금융자산의 가치잠식을 동반하기 때문에 비록 G20의 영향력이 커졌다 하더라도 달러지배체제로부터 다극체제로의 전환은 순식간에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세계외환시장에서 차지하던 61%의 지위가 세계 GDP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 25.4%까지 축소되고 일국화폐가 기축통화로 쓰이는 대신에 세계공통화폐가 수립되는 과정은 천천히 좀 더 복잡한 과정을 거쳐 진행될 것이다.
곽노완(2008b)은 MBS와 같은 새로운 가공자본시장을 국제적 관계에서의 수탈경제의 전개 방식, 곧 '달러지배체제'의 존속 방식의 하나로 분석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그는 MBS 자체의 수탈경제적 구조를 분석하지 않는다. 한편 그는 다른 글(2008a)에서 자본주의의 본질은 임금노동자에 대한 착취만이 아니며 소수의 거대 부르주아지가 사회 전체 성원의 부를 수탈하며 투기를 극대화하는 체제임을 「자본」 제3권의 신용이론의 구체화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미주2> 아래에서는 곽노완(2008a)의 논의를 바탕으로 MBS의 수탈적 성격에 관한 논의를 좀 더 진척시켜 볼 것이다. 그의 출발점은 제3권 수고(MEGA II.4.2, 412; MEW 25, 351)에서 맑스가 금융자본의 대출수요자를 산업자본과 상업자본 등 기능자본(fungierendes Kapital)으로 한정하고 금융자본이 거둬들이는 이자를 기능자본이 노동자계급으로부터 착취한 이윤(Profit)의 일부라고 본 것은 금융자본의 대출대상이 가계로 확장된 신자유주의적 금융자유화를 감안할 때 이론적 제약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로부터 가계대출로 인한 이자는 이윤의 일부분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가계대출로 얻은 이자의 원천이 개인의 자본소득이라면 이 이자는 궁극적으로 이미 생산된 이윤의 일부이며, 노동소득인 경우에도 임금에 대한 수탈로 보아야 할 뿐이다. 임금 범주는 노동력 상품의 사회적 재생산 비용 모두를 표현하며 사회의 발전 상태에 따라 의식주를 포함하여 인구재생산 비용, 자녀 교육비, 의료비, 주거비 등이 모두 포함된다. 노동자가 주택을 구입하는 것은 여타 소비재를 구입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상적인 과정, 즉 노동자로부터 자본가로의 화폐환류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주택담보대출이 일반화된 상황에서 주택시장은 대출금리, 부동산 정책, 민간소득수준 등과 같은 거시적 요인에 의존적이다. 주택시장이 민간의 수요와 공급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하여 균형을 이루게 될 것이라는 시장 이데올로기가 허구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주택이 생산재인 것도 아니다. 의료, 주택, 교육 등은 분명히 소비재이지만 그것이 공공재인가 시장재인가는 여기에서 큰 갈림길이 된다. 그것들이 시장재인 경우 그것들은 사회적 평균의 수준에서 임금 범주에 포함되어야 한다. 맑스의 임금 개념은 오늘날의 임금부대비용을 포함한 개념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미국의 경우 주택은 시장재이지만 1973년 이후 실질 노동소득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1990년대 이후 시간당 생산성과 실질임금의 격차는 갈수록 더 벌어졌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저금리에 기반한 주택담보대출의 확대와 주택가격 상승은 사회의 발전 상태에 상응하는 노동자 대중의 발전된 소비 욕구와 실질 임금의 차이를 상쇄해 주는 효과를 낳는다. 이러한 메커니즘이 지속가능하다면 미국 경제 내부에서 임금 범주와 이윤 범주 이외에 별도의 수탈경제적 범주는 구성되지 않는다. 기능자본은 임금 억제를 통하여 더 많은 이윤을 얻을 수 있고 노동자는 임금 억제를 상쇄 받을 수 있으며 금융자본은 MBS 버블을 통해 수익률을 높인다. 물론 MBS 수익률과 관련하여 미국 안팎의 금융자본의 처지는 사뭇 다르다. 미국 밖의 금융자본은 MBS 매입시 미국의 저금리와 무관하게 자국 내 이자율이나 외환 대출시의 기대이자율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환차익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 밖의 금융자본의 수익률은 자국의 이자율과 환차익에 의존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이 경우 수탈은 가계라는 새로운 대출수요에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것이 아니라 '달러지배체제'라 명명할 수 있는 국제경제적 관계에 관련된다. 미국 경제의 펀더멘탈이 개선되지 않는 한에서 미국의 호황은 미국의 저금리, 주택경기 호황, 고달러 체제를 조건으로 하는 국제적 수탈경제에 의존한다.
MBS 버블의 내부수탈적 성격은 오히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붕괴 이후에 분명해진다. 한편에서는 모기지 연체율 증가와 가계파산이 다른 한편에서는 금융회사들에 대한 공적 자금 투입이 진행되었다. 투입된 공적 자금은 재정 적자의 확대를 의미하고 이는 또 다른 방식의 달러지배체제를 통한 국제적 수탈 방식으로든 또는 노동자 가계에 대한 조세 수탈의 방식으로든 충당되어야 한다. 이 과정은 하이 리턴에 따른 이득은 사적으로 취하고 하이 리스크에 따른 책임은 사회적으로 나누는 것으로서, 이는 진정한 의미의 금융적 수탈경제의 완성이라 할 수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붕괴는 주택과 같은 임금부대조건의 투기적 금융화의 필연적 귀결이다. 또한 붕괴의 원인을 단순히 상환능력 없는 신용불량자에 대한 대출 문제에만 돌릴 수는 없다. 미국 경제의 펀더멘탈이 좋아지지 않고 실질임금의 상승이 없는 조건에서는 임금소득자 대부분은 이자율 인상이나 주택가격 급락을 이겨낼 수 없다. 이 사정은 주택가격 상승과 모기지 론의 증권상품화가 상호연동된 관계에서는 더구나 그렇다. 붕괴의 원인은 실질임금 상승 없이도 소비수요를 창출하는 체제의 불안정성, 곧 달러지배체제에 입각한 국제적 수탈경제의 불안정성에 있다.<미주3>
II. 수탈(Expropriation) 개념의 세분화(Differenzierung)
맑스는 자본-임노동관계를 매개로 한 잉여가치 전유를 착취(Ausbeutung, Exploitation)로 개념화한 반면에 ??자본?? 제1권 24장 '원시적 축적'에서는 농노의 토지점유권을 빼앗는 것을 수탈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맑스가 수탈 개념을 자본주의로의 이행기에만 적용한 것은 아니다. ??자본?? 3권 23장의 '이자를 낳은 자본'(das zinstragendes Kapital)에서 맑스는 이자를 "질적으로 고찰할 때 잉여가치"이고 "양적으로 고찰할 때에는 잉여가치의 일부"라고 말하면서, 아울러 생산과정으로부터의 이자 범주의 독자화도 주목한다. 이자는 "소유자가 재생산과정의 외부에 머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본이 그 과정으로부터 독자화 되어 획득하는 잉여가치"(MEW 25, 390)이다. 이에 근거하여 맑스는 신용편에서 생산과정 밖에서 진행되는 잉여가치, 곧 이윤의 재분배에 대하여 수탈(Expropriation) 개념을 사용한다. 수탈은 "자본의 집중(Zentralisation)"을 뜻하며 "직접적 생산자들로부터 중소 자본가까지도" 수탈의 범위에 포괄된다. 자본이 소수의 수중에 집중되는 수탈은 연합된 생산자에 의한 '사회적 소유'의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자본주의적 체제에서는 이와 정반대로 소수에 의한 사회적 소유의 전유(Aneignung des gesellschaftlichen Eigentums)로서 나타난다."(MEW 25, 456)
맑스의 용법으로부터 두 가지 종류의 수탈 개념을 끌어낼 수 있다. 하나는 원시적 축적, 곧 비자본주의적 부분의 자본주의로의 이행에서의 수탈 개념, 다른 하나는 자본주의 안에서 생산과정을 매개로 하지 않은 채 이루어지는 사회적 총이윤의 재분배로서의 수탈 개념이다. 두 번째 개념은 자본주의 안에서 확대재생산에 의하지 않는 수탈적 자본축적의 가능성을 지시한다. 금융주도의 축적체제의 성립은 이와 같은 수탈적 자본축적을 확대재생산에 의한 축적보다 더 중요한 축적 메카니즘으로 만든다. 수탈적 자본축적의 형태는 사실상 자본주의적 신용체제가 움직이는 모든 정거장에서 일어난다. 인수합병이나 주식 버블, 또는 인플레이션에 의한 자산잠식, 이와 조금 다른 경우이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붕괴의 경우처럼 개인채무의 증가 등 우리가 목도하는 거의 모든 현상은 총이윤의 재분배를 야기하는 수탈적 자본축적의 여러 현상들이다. 주주가치자본주의는 이와 같은 수탈적 자본축적에 금융시장이 반응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좀 더 정확하게는, 금융시장 자체가 이와 같은 수탈적 자본축적의 연쇄가 일어나는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수탈적 자본축적은 원시적 축적과는 달리 폭력에 의한 강탈이 아니라 오직 시장을 통하여 합법적으로 진행된다. 이와 같은 수탈적 자본축적의 국제경제 관계는 - 위에서 살폈듯이 - 달러지배체제로 나타난다.
1973년 이후 신자유주의 35년은 수탈경제의 전면화의 역사이다. 비자본주의적 부분에 대한 원시적 축적도 대대적인 규모에서 진행되었다. 중국과 인도의 세계시장으로의 편입, 소동구권의 붕괴와 자본주의화는 과거의 식민지배에 의한 자본주의화의 규모 보다 많으면 많았지 결코 적지 않은 영역을 자본주의 내부화했다. 이와 같은 사실은 원시적 축적을 자본주의에 선행하는 역사적 시기가 아니라 잉여가치생산에 의한 자본축적과 병행하는 과정으로 간주하게끔 한다(Harvey, 2003: Alnasseri 2003; Chesnais 2003; Serfati 2003; 이미 Mandel 1972, 43).
그러나 이 시기에 가장 광범위하게 진행되었을 뿐만 아니라 시기규정적 성격을 가지는 수탈경제는 이미 자본주의화 된 영역 내부에서 생산영역을 매개하지 않은 채 진행되는 수탈적 자본축적일 것이다. 금융시장자본주의<미주4>는 이와 같은 수탈적 축적체제를 구조화한다. 첼러(Zeller 2003)는 신자유주의에서 진행되는 그 밖의 수탈 방식으로서 1) 공공 서비스의 사영화, 2) 지적재산권의 확대, 3) 불평등한 하청관계나 협력업체 등을 꼽는다. 이러한 세 가지 형태는 금융적 방식에 의한 수탈과 밀접하게 관련된다.<미주5> 1)은 비상품적 영역의 상품화, 좀 더 정확하게는 상업화(Commerzialisation)에 해당된다. 공공 서비스의 사영화는 복지체계를 잔여화 하고 1973년 이전의 황금기에 작동하였던 민주주의의 작동 기초를 허문다.<미주6> 1)의 경우 공공의 소유가 사적 소유로 변하거나 위탁관리 되어 공공적 관리권을 상실하게 되는 경우라면, 2)의 경우 수탈은 사적 소유의 대상을 확대함으로써 새로운 소유권을 수립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두 경우 모두 총이윤의 배분에서의 변화를 낳는 수탈이 아니라 새로운 사적 소유가 성립하는 원시적 축적과 유사하다. 그러나 1)과 마찬가지로 2)의 경우에도 비상품적 영역의 상업화와 관련되고 금융적 방식의 수탈과 깊이 연관된다. 마찬가지로 3)의 경우도 이와 같은 불평등 관계는 금융적, 조직적 축적 중심의 수립으로부터 발생한다는 점에서 금융적 수탈에 근원을 둔다. 세 경우를 포함하여 모든 종류의 금융적 수탈은 자본주의가 비자본주의적 외부의 수탈 없이도 충분히 내부적 수탈을 진행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점에서 로자 룩셈부르크가 외부 시장의 확대를 자본축적의 필수적 조건으로 본 것은 대단히 일면적이다.
금융적 방식을 통한 수탈경제는 자산가치나 소유권의 변동을 통해 사회적 총이윤 배분에서의 변동을 낳는다. '카지노자본주의'(Altvater, 2006)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카지노 같은 수탈은 원래부터 자본주의의 축적 방식의 하나인 것이다. 금융공황의 원인은 실물부분으로부터 자본의 탈구에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수탈적 자본축적 자체에 내장하는 근원적인 불안정성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III. 나가며: 신자유주의적 수탈경제의 극복을 위한 대안
새로운 가공자본의 창출 등 금융적 방식을 통한 수탈과 관련하여 맑스는 수탈이 역설적으로 '사회적 소유'의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자본주의에서는 정반대로 소수에 의한 부의 수탈로 나타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와 같은 강조점은 주식회사와 관련해서도 맑스의 지속된 입장으로 나타난다. "소수에 의한 사회적 소유의 전유"(MEW 25, 456)를 의미하는 수탈경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은 '수탈경제에 대한 사회적 전유'일 것이다.
그러나 이로부터 구체적인 대안이 곧바로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전유'의 구체적인 방식, 곧 금융통제, 투자통제, 나아가서 소유통제의 구체적인 방식, 나아가서 이와 같은 통제 방식의 수립을 넘어서는 대안적인 '사회적 소유'의 실현형태도 수탈경제의 현실적 구조로부터 주어질 수밖에 없다. 예컨대 금융공황으로부터 경제위기 과정으로 진행되는 현재의 상황에서 금융과 투자와 소유에 대한 현실적 통제 방식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서 금융자본에 대한 공적 자금 투입이 또 다른 형태의 조세징발형 수탈경제를 초래하거나 자본주의 국가의 소유에 그치지 않고 대안적인 '사회적 소유형태'로 전환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경로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반면에 복지의 상업화나 지적재산권의 확대는 원래 공공의 것이었던 것에 대한 수탈로서 원래 공공의 것이었던 것을 공공에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대안을 수립해야 한다. 하지만 바로 이때 그 '공공에게 돌려주는 방식'이 복지의 상업화 이전의 원래 상태로의 회복을 의미할 필요는 없다. 특히 복지체계의 경우 사회민주주의 황금기의 기본보장 방식의 복지체계의 재수립이 반드시 대안이 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현재의 조건으로부터 출발하여 더욱 확장된 사회공공성을 수립할 경로에 대해 고민할 필요는 충분하다. 오히려 수탈경제의 사회적 전유를 통해 모든 국민에게 기본보장 뿐만 아니라 기본소득을 보장해 주는 방식이 더 현실적이고 더 근본적으로 공공적일 수 있다.
<미주>
1) 맑스(MEGA II.4.2: 520 이하 및 525)는 ‘가공자본’ 개념을 어음·채권·주식 등 특정 자산에 대한 청구권으로 사용한다. 그는 이러한 청구권이 가격을 가진 상품으로 전화될 수도 있다고 보았다. 곽노완(2008a)은 모기지 론의 상품화가 ‘채권에 대한 증권’의 상품화, ‘가공자본에 대한 가공자본’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신자유주의 시대의 새로운 가공자본 형태로 규정한다.
2) 곽노완(2008a)은 「자본」3권(MEGA II.4.2: 521-523; MEW 25: 482-485)에서 맑스는 ‘가공자본의 가격 = 기대수익금/이자율’ 또는 ‘가공자본의 가격 = (할인된 누적기대배당금+할인된 기대매채차익)/이자율’이라고 보았지만, 변동환율제와 가공자본의 증권화를 감안한다면 ‘가공자본의 가격 = (할인 기대배당금 또는 이자수익+할인 기대매매차익 또는 원금수익+할인기대환차익)/이자율’로 구체화할 수 있다고 본다. MBS는 ‘채권에 대한 증권’이라는 특수한 형태의 새로운 가공자본으로서 그 가격은 이자와 원금수익 및 환차익의 누적분을 할인한 총액을 이자율로 나눈 값에 의해 결정된다. 곧 ‘MBS의 가격 = (할인기대이자수익+할인기대원금수익+할인기대환차익)/이자율’이다.
3) 이 점에서 금융공황의 원인을 신용관계의 축소에 돌리는 것(Foster, 2008, 6)은 현실과정에 대한 정확한 서술일 수 없다는 곽노완(2008a)의 지적은 타당하다.
4) 관련 논쟁은 임운택, 금융시장자본주의와 정치대안, 사회대안포럼 제2회 심포지엄을 보라. 그 외 Chesnais (2004); Deutschmann (2005): Windolf (2005)를 참조하라. 그러나 MBS의 경우를 고려할 때 금융화를 고금리와 연관시키는 셰네 등의 견해는 일면적이다.
5) 위의 세 방식과 뚜렷이 구별되는 수탈 방식은 군사적 점령을 통한 자원수탈이다. 비록 이 경우조차 금융적 수탈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지만(Serfati 2003), 이는 원시적 축적의 경우처럼 직접적 폭력에 의한 강탈의 형태로 나타난다.
6) 여기에 관해서는 콜린 크라우치 (2008)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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