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요청에 답하며 좌파 대안정당의 길을 걷는다

- 은평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임하며

 


금민 (은평을 국회의원 재선거 사회당 예비후보)

 


I. 지방 선거

 

1. 모습을 드러낸 선거구도와 이슈


1) ‘친노 벨트’와 민주당

6.2 지방선거의 후보등록이 마감되면서 선거구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방선거의 특성상 전국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전 정권의 핵심이었던 한명숙 후보와 유시민 후보가 국민참여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의 단일후보로 나서면서 충남도지사 안희정 후보, 강원도지사 이광재 후보, 경남도지사 김두관 후보와 함께 소위 ‘친노 벨트’를 구축했다. 이로써 현 정권과 과거 정권의 대결이 선거구도의 가장 큰 축으로 부상했다. 아울러 ‘친노’와 ‘노무현식 진보’가 다시 한 번 국민적 평가를 받는 검증대에 오르게 됐다.


수도권에서 한명숙-유시민-송영길 후보로 구도가 완성되면서 민주당은 내외적으로 직면한 ‘친노 빼면 알맹이가 없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한편으로 이는 친노 이외의 민주당은 지역정당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의미이며, 다른 한편으로 이는 아무리 MB시대가 되었다 해도 민주당이 수용할 수 있는 진보 프레임은 ‘노무현식 진보’가 최대라는 뜻이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친노 프레임에 입각한 반MB연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사회당을 비롯한 제반 진보세력에게 이러한 상황은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언은 ‘이제는 진보가 미래다’라는 것인데, 민주당의 친노 프레임에서 진보적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현재와 과거 사이의 싸움 틈바구니에서 미래는 발견할 수가 없다. MB심판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MB와 친노의 적대적 의존성만 드러냈을 뿐이다. 그 둘은 MB심판 및 과거회귀세력 심판이라는 구호로 구래의 민주 대 반민주 구도를 유사 정치체제로서 정착시켰다. 게다가 이 구도를 바꿀 수 있는 변수가 되어야 할 진보정치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음은 물론이고, 반MB연대로 인하여 이제는 그 존재감마저 잃어가는 상황이 되었다. 모든 진보세력에게 이것은 자책이기도 하다.


2)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선거기획

조선일보가 얼마 전 ‘광우병 촛불 그 후 2년’을 돌아보며 교묘한 짜깁기와 왜곡으로 촛불시위 자체에 대한 흑색선전을 퍼부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정회의 자리에서 직접 이를 언급하며 조선일보를 칭찬하고 ‘촛불 시민’들에게 반성을 촉구했다. 이는 각계각층의 비판과 반발을 불러오고 있지만 ‘속 시원한 일갈로 보수층 결집’이라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이른바 ‘반노무현’ 선거 기획의 일환이고, 서거 1주기가 다가오면서 아직 소극적인 ‘촛불 공격’으로 우회하고 있을 뿐 본선에서 펼칠 적극적인 ‘친노 심판’의 전단계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으로서는 ‘촛불 반성’, ‘촛불 사기극’을 운운한다고 크게 잃을 것이 없다. 설령 잃는다 해도 얻는 것이 크면 되는 문제다. 정작 요즘 한나라당이 노심초사하는 일은 정운찬 총리가 ‘잘못된 약속도 지키려는 여자’라고 박근혜 전 대표를 공격한 돌발 상황이다. 이것은 분명 선거를 코앞에 두고 적전분열만 초래한 한나라당으로서는 골치 아픈 악재이다.


‘반노무현’과 함께 여권의 핵심 선거기획으로 ‘반전교조’가 먼저 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별 재미를 못 봤다.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전교조 소속 교사의 명단을 공개했다가 법원의 벌금 조치로 꼬리를 내렸고,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전교조 교사 많은 학교 수능 성적 떨어진다’고 호기롭게 주장했다가 오히려 근거 없는 치기로 반박 당했다. 하이라이트는 이 두 의원의 합작품으로 소위 ‘조전혁 콘서트’였는데, ‘교육 살리기’ 콘서트를 열었다가 ‘전교조 죽이기’ 정치행사라는 본질을 간파한 연예인들이 시작 직전에 모두 출연을 거부해 그야말로 흥행에 참패하면서 아주 큰 망신을 당하고 말았다. ‘반전교조’ 선거기획은 일단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끝까지 결코 이 카드를 버리진 않을 것이다.


최대의 변수를 부를 선거기획이 현재 진행 중이다. ‘노풍’을 비롯한 모든 선거쟁점을 덮어버릴 수도 있는 ‘북풍’이 불어오고 있다. 천안함 사건 진상규명이 선거일 이전에 확정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지방선거 개표일 전에 ‘북한이 발사한 어뢰 공격’으로 결론이 난다면 이는 선거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현재 재선, 삼선에 도전하는 한나라당의 현역 시장과 도지사들이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지지율 1위로 앞서고 있다. 정당 지지율도 한나라당이 1위다. 이렇게 볼 때 6.2 지방 선거는 많은 부분 한나라당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게다가 ‘북풍’은 ‘노풍’에 의한 추격을 따돌릴 만큼 핵심보수층을 결집시킬 계기가 된다.

 

2. 진보정당의 대응


1) 노무현 정권의 유산에 편승한 민주노동당

줄곧 ‘반MB연대’의 우선성을 일관되게 주장했던 민주노동당은 결국 서울과 경기도에서 각각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후보를 지지하며 사퇴했다. 민주노동당이 그동안 이런저런 단일화 노력에서 실리를 챙겼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이 제대로 된 평가와 반성도 없는 신자유주의 정치세력인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이중대를 자처한 행위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역사적 사실로 남게 됐다. 반MB전선을 진보대안 중심의 연대연합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실리를 위해 신자유주의 정치세력의 하위 파트너를 작심하고 자처한 것은 분명 진보정치가 보인 소탐대실의 전형으로 기억될 것이다.


노무현 정권의 유산에 편승한 민주노동당의 선택이 조직적으로 일단 성공적일 수도 있다. 잠시 힘을 받고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 그러나 그 속에서 진보정치의 미래, 한국정치의 미래는 실종되었다. 정치는 국면 속에서의 선택이 향후 경로를 결정하는 경로의존성을 가진다. 대단한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자가 존재하지 않는 한에서 한 정치집단의 노선은 경로의존적인 선택에 의해 결정되고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게다가 2012년 총선까지는 약 2년이 남았을 뿐이다. 민주노동당의 반MB연대를 현 국면에서의 선거전술로 이해하더라도 이러한 전술이 경로의존성으로 인하여 2012년까지의 근거 전략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렇다고 민주노동당이 ‘진보대연합’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민주노동당은 계속 진보대연합을 주장할 수 있다. 담론상으로는 향후에도 민주노동당이 ‘진보대통합’을 ‘민주대연합’보다 상위에 놓을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도 민주노동당이 말하는 ‘진보대통합’의 본뜻은 ‘대안 중심의 진보 재구성’이 아니라 자신을 중심으로 단합하고 통합하여 민주당과 ‘민주대연합’을 하자는 것에 불과할 공산이 크다.

사회당은 현재 민주노동당이 선택한 ‘반MB연대-민주대연합’이 ‘노동자 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의 발목을 잡았던 과거 ‘비판적 지지’의 역사적 연장이라고 평가한다. 이 지점에서 확실하게 해야 할 것이 있다. 사회당은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 대안 연합’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절실히 원한다. 과거회귀적 민주주의가 아니라 밥 먹여 주는 민주주의, 서민중심의 대안 민주주의, 보편적 복지를 기초로 하는 민주주의를 절실히 원한다. 그러나 현재 민주당 중심의 ‘민주대연합’은 한국 사회가 당면한 민주주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식일 수 없다는 점을 확실히 해 둔다. 대안적인 민주주의는 집권세력 교체의 문제만이 아니라 민주주의 내용을 확장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진보정치세력은 현재 ‘노동자 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의 낡은 틀을 넘어서서 진보의 내용을 혁신하고 진보를 재구성할 과제에 직면해 있다. 민주노동당은 이와 같은 과제를 유예하면서 ‘노동자 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 이전의 비판적 지지로 돌아가 버렸다. 어차피 정치는 정지태가 아니라 운동태이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면 뒤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의 이와 같은 선택은 대안 중심의 진보재구성이라는 현안적 과제의 해결를 더욱 시급하게 만든다.


2) 진보신당, 비록 실리는 잃었지만 대의를 얻기 위해서는

진보신당은 내내 중앙과 지역이 엇박자를 내며 오락가락 눈치 행보만 계속 했다. 그 사이 명분도 실리도 모두 사라져 버렸다. 민주당을 포함한 정치협상에서 그랬고, 민주노총 지지 후보가 되기 위해서도 그랬다. 한편으로 부산에서는 민주당 후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 충남에서는 ‘5+4’ 등 민주당과의 연대를 비판하며 도지사 후보가 돌연 사퇴했고 서울에서는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민주노동당을 향해 진보정치를 통째로 헌납한 거라며 얼굴을 붉혔다. 민주노동당의 선통합 노선에 처음에는 반대하더니 나중에는 진보정당 통합 등을 명기한 민주노총의 굴욕적인 서약서에 후보들이 사인하기도 했다. 현재 진보신당 유력 후보들의 지지율은 이리저리 깎였고 이는 단지 불리한 정치구도의 문제만이 아니다.


그러나 수도권에서 현재 진보신당의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진보진영 유일 후보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민주노동당이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후보를 지지하며 사퇴했고, 사회당과 기타 진보정치 세력이 광역단체장 후보를 내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 진보신당의 노회찬 서울시장 후보와 심상정 경기도지사 후보, 김상하 인천시장 후보는 진보진영의 유일 후보이다. 진보신당 후보마저 사퇴하거나 야권단일화에 합류한다면 적어도 이번 서울, 경기, 인천의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진보진영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된다. 민주노동당 식의 단일화는 진보신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진영 전체의 문제가 된다.


진보신당이 ‘5+4’ 초반에 혼미한 행보를 보인 것이 사실이다. 연대연합의 틀 속에서 가치, 대안, 정책을 관철할 수 없다면 철수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최종적으로 진보신당은 최소한의 독자성은 지켰다. 사회당은 진보신당의 철수를 지지한다. 아울러 진보진영의 대표 후보로서 악전고투하고 있는 진보신당의 후보들에게 연대와 응원의 의지를 전한다.


3) ‘기본소득연합’과 사회당

사회당은 진보정치가 미래 대안을 중심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고 굳게 믿고 그렇게 계속 주장해왔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기본소득연합’은 분명 이러한 믿음의 일환이지만, 그 자체로 지금 당장 ‘기본소득연합’을 통해 현실 정치블록을 형성하거나 대중적 관심의 준거점을 제공하기에는 한계가 많다. 이러한 것들은 사회당에게 향후 과제이다. 지방선거의 현재 국면은 낡은 진보세력이 정치공동체 구성원으로 외면 받는 시기이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좌파가 사상, 노선 투쟁 속에서 부각되는 때가 아니다. 따라서 새로운 좌파는 자신의 역량을 보존하면서도, 끊임없이 국면의 전환을 추동해야 한다.


사회당은 7명의 기초의원 후보와 16명의 광역비례대표 후보를 포함해 모두 23명의 후보가 지방 선거에 나섰다. 돈, 조직, 사람 자체가 열세인 처지에서 지역에 확고한 뿌리를 가진 후보 7인이라는 작은 규모의 기초의원 출마는 현실적인 전략이기도 했지만,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본소득’ 의제를 중심으로 ‘기본소득연합’이라는 미래지향적 정치연합을 시도했다는 점은 현실 전략을 운용하는 기조 속에서 미래를 대비하는 적극 전략을 배치했다 할 수 있다. 이는 2010년 정치변동 국면에서 사태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다. 51개 단체와 773명의 개인이 호응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일부 후보들도 함께했다. 선거공학과 자리배분을 위한 테이블이 아니라 미래를 함께하자는 약속으로 응집된 작지만 소중한 씨앗을 마련했다. 사회당은 이 씨앗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금은 작은 씨앗에 불과하지만 그 속에는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II. 시대인식과 당면과제

 

1. 이명박 시대의 경과지점


1) 경기회복과 단기적 경제성장, 장기불황의 그림자

한국은행은 1/4분기 경제성장률이 7년여 만에 최고수준인 7%대로 올라섰다고 발표했다.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1.8%, 작년 동기 대비 7.8%나 성장해 2002년 4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경기회복세가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언론에서도 경기회복으로 가계의 소득과 소비가 급증하고 부동산 시장도 해빙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유는 계속된 경기침체에 따른 기저효과와 수출, 산업생산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호조를 보인 데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현재 2008년까지의 계속된 마이너스 성장을 감안하면 실제 경제성장률은 4%대 정도로 추정된다. 각종 경제 지표가 호전되면서 올해 연간 성장률은 5%대의 낙관적인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5.1%, 한국은행이 5.2%, 한국경제연구원이 5.3%의 전망치를 제시했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가장 높은 5.9%를 전망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 등의 건설업 부양을 통해 단기적 경제성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경제의 가장 우려되는 복병은 7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이다. 부동산 경기의 침체로 집값이 떨어지고 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을 많은 대중들이 두려워한다. 그러나 ‘부동산 버블’은 언젠가 터지게 돼있고, 이것은 일본식 장기불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2) 신자유주의 수탈경제 강화

착취의 강화는 자본주의 일반적 경향이고 세계화, 노동유연화, 전반적인 시장화는 착취 강화의 신자유주의적 관철 방식이다. 그럼에도 이를 통해 이윤율 저하와 자본 과잉이라는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고 경쟁이 격화되었다. 경쟁은 기술혁신을 촉진하며 기술혁신은 생산설비와 같은 불변자본의 비율을 높이고 실물부문의 이윤율은 떨어진다. 이윤율 저하는 자본 과잉을 낳고 자본 간의 경쟁은 더욱 격화된다. 이와 같은 상태에 다다르자 신자유주의는 근본 문제에 대한 또 다른 해결방식을 추구했다. 바로 금융 주도의 축적이다. ‘증권화’와 ‘파생상품화’를 통하여 미래 수익을 현재에 실현하는 ‘의제자본’이 등장하고, 생산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도 사회적 부가 금융자본의 수중으로 흘러드는 금융주도의 축적 체제가 수립된다. 금융주도 축적의 전면화는 포괄적인 사회변화를 의미한다. 최소한의 금융공공성을 유지하던 ‘은행자본주의’는 영리를 위해서 어떤 일도 서슴지 않는 금융회사 중심의 ‘금융시장자본주의’로 탈바꿈한다. 금융화를 통하여 이제 자본은 실물생산에 관계하지 않으면서도 사회적 총이윤을 배분받는다. 즉 금융화의 본질은 생산된 이윤이 생산과정을 거치지 않고 재분배되는 것, 곧 수탈이다. 신자유주의는 금융적 방식의 수탈 이외에도 공공부문의 사유화와 사영화, 규제 완화, 지적재산권의 강화, 부동산 투기 등의 예처럼 지대적 방식의 수탈도 전면화했다. 이러한 방식으로도 충분치 않을 때 자본은 군사적 방식을 통해 에너지 자원 등을 확보하는 외부 수탈에 나선다. 신자유주의는 바닥을 향해 질주하는 세계적 규모의 경쟁적 착취경제일 뿐만 아니라 금융적, 지대적, 강압적 수탈경제이다. 신자유주의 시대를 이전 시기의 자본주의와 구별 짓는 중요한 준거는 바로 수탈경제의 전면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수탈경제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리스와 유로존 위기로도 알 수 있듯이 여전히 진행 중에 있는 세계경제 위기는 신자유주의 수탈경제의 위기와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미래 수익을 가상적으로 실현하는 ‘의제자본’은 과도한 신용창조로 과잉생산을 유발했지만, 세계적 저임금과 다수 대중의 빈곤화로 수요가 창출되지 않았다. 그래서 ‘의제자본’은 자산 거품, 부채 증가, 붕괴의 시나리오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채권에 근거를 둔 증권 같은 신종 ‘의제자본’이 등장하여 빈곤층의 가계까지 금융의 대상으로 만든 미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비우량 주택담보 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붕괴는 세계경제의 규칙을 정하고 기축통화를 발행하는 미국 같은 금융패권 국가도 ‘의제자본’이 만든 거품의 붕괴를 다소 지연시킬 수 있을 뿐, 붕괴를 피할 수는 없었음을 보여준다. 오히려 미국의 금융 위기는 세계금융 위기로 확대되었고, 실물경제 위기로 이어졌으며, 전 세계를 경제 위기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방식의 수탈경제가 등장했다. 경제공황을 극복하기 위하여 각국 정부는 부실 금융회사에 공적 자금을 투입하고 수요 위축을 막기 위해 서둘러 재정확대 정책을 시행했다. 그러나 투기 불로소득 중과세로 재원을 확보하여 재정건전성이 확보되지 않는 방식의 재정확대는 서민들이 언젠가는 되갚아야 할 세금만 늘어나는 재정확대이며, 결국 또 다른 방식의 수탈경제, 국가재정을 통한 수탈경제에 불과하다. 공황의 주범인 금융자본을 구제하기 위한 공적 자금 투입은 전형적인 재정적 방식의 수탈경제일 뿐이다. 이번 경제공황에 대한 대응책에서 각국의 국가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이는 국가의 축소와 시장의 우선성이 신자유주의 근본 특징이 아니라 시장적 방식을 통하든지 국가재정적인 방식을 통하든지 수탈경제를 유지하는 일이 신자유주의의 근본임을 보여준다. 1950년대와 1960년대 유럽의 사회국가와 마찬가지로 신자유주의에서도 국가는 늘 시장에 개입해 왔다. 다만 개입의 목표와 방식이 달랐을 뿐이다. 탈규제를 통해 금융주도의 축적을 용이하게 만드는 개입, 공공 소유에 대한 수탈을 합법화하기 위한 개입이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이제 국가는 재정적 수탈을 위하여 다시 강력한 조정 역할을 떠맡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방식의 국가의 귀환은 신자유주의 종식도 아니며 위기 극복의 수단도 되지 못한다. 국가주도의 신자유주의 수탈경제 전개는 급격한 붕괴를 지연시킬 수 있을지 모르나 위기의 폭과 깊이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와 같은 재정적 수탈경제는 그리스 위기처럼 재정적자 위기로 터질 수 있다.


결론적으로, 사회당은 이 시대를 신자유주의 수탈경제로 인한 전반적인 위기의 시대로 이해한다. 이명박 정권이 추진한 부자감세, 복지삭감, 공기업 사유화, 세종시 기업특혜 등은 신자유주의 수탈경제 정책이 갖는 금융적, 지대적, 조세재정적 수탈의 면모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보여준다. 한국경제는 양극화와 부익부 빈익빈의 심화로 그야말로 서민파탄으로 치닫고 있고, 이른바 서민경제 위기의 시대가 지속되고 있다. 위기의 시대는 미봉책이나 지연책이 아니라 시대의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한다.


3) 민주주의 위기와 인권의 퇴행

우리는 지난 시기 이명박 정권과 경찰, 검찰의 횡포를 똑똑히 목격해 왔다. 철거민들이 공권력에 의해 살해되었고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압살되었으며 교사, 공무원 노조에 대한 탄압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노조전임자 임금 간섭(타임오프제)은 노동자운동의 발을 꽁꽁 묶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을 독재자라 말하며 반독재 투쟁과 비슷한 ‘반MB연대’를 주장하고 있지만 이명박 정부는 독재정부가 아니다. 독재가 아니라고 말할 때의 의미는 이명박 정부가 절차적 민주주의의 핵심을 부정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며, 전통적인 의미의 자유권으로서의 인권의 후퇴도 제도적 수준에서 이뤄진 것은 아니라는 점을 뜻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또한 독재정부이다. 그리고 이때 독재라는 의미는 우리가 익히 쓰는 의미와는 좀 다른 뜻이다. 그것은 금융적, 지대적, 조세재정적 수탈의 집행자이고 수탈의 보호자라는 뜻이며, 특히 광범위한 사영화 및 영리화 조치를 통해 공공의 것을 뺏으려하는 수탈정부라는 뜻이다.


이와 같은 수탈을 통하여 시민의 사회적 권리는 축소되고 시민 또는 사회구성원이라는 자격은 보통선거권과 같은 형식적 동등성으로 환원된다. 보편적 자격에 입각한 보편적 조건으로서 모두의 보편적 복지는 파괴된다. 사회 공공의 것에 대한 파괴가 국민주권의 기초를 파괴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수탈정부는 독재정부이다. 하지만 이는 이명박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신자유주의 시대 일반에서 민주주의 정치의 일반적 문제점이었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민주주의는 일반적으로 위기 속에 있으며 형해화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물려받았을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에 이르러 신자유주의에 의한 민주주의 정치의 파괴는 바야흐로 그 정점에 도달했다.


1987년 민주주의가 성취한 모든 성과들이 일정하게 후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를 법치와 절차적 민주주의를 정지시키고 평등 선거권을 박탈하는 반민주주의라고 규정할 수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당면한 민주주의 위기의 해법도 이명박 이전으로 돌아가는 이른바 ‘민주 회복’일 수 없다. 민주주의 위기와 관련해서 위기의 세계적 수준, 위기의 보편성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 현재 한국에서 민주주의 위기는 1987년 이전으로의 퇴행의 문제가 아니며 신자유주의 시대에서 민주주의 위기의 일반적인 증상을 보여준다. 신자유주의 시대란 사회국가와 사회공공성 파괴의 시대이고, 공공적 복지체계가 시장화되고 잔여화되는 시대이며, 그 결과 그 이전에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접근 가능했던 공공서비스가 시장에서 구입해야만 하는 것으로 바뀐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사회변화는 서유럽에서도 진행된 일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물론 극단적 신자유주의 정부이다. 이명박 정부를 통해 1997년 이후 진행되어 온 민주주의 위기는 더욱 심화된다. 하지만 이미 민주주의 위기는 1997년 체제와 더불어 시작된 것이었다.


신자유주의는 단순히 경제의 문제만이 아니라 정치의 문제, 민주공화국과 민주주의의 문제이고, 현재의 시기는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말할 수도 없지만 반민주주의도 아닌 시대, 곧 신자유주의로 인한 민주주의 위기의 시대다. 한국에서 민주주의 위기는 신자유주의의 일반적 관철이며, 1997년 이래로의 신자유주의 경제의 필연적인 정치적 귀결이다.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와는 달리 민주화 운동과 아무 상관이 없는 이명박 정부가 노골적인 사영화, 부자감세, 복지삭감을 행함으로써 과거와 같은 착시현상이 사라졌을 뿐이다. 하지만 또 다른 착시현상이 등장했는데 그것은 민주주의 위기를 이명박 보수정권의 등장에 의한 민주주의 후퇴로 보고 1997-2007년의 10년으로 회귀하는 것을 위기의 극복으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민주주의 위기의 극복방향은 1987년 민주주의 회복이 아니라, 1987년 민주주의를 넘어서는 민주주의 대안의 실현이며 이는 1997년 이래로의 신자유주의 극복의 문제와 불가분의 연관을 가지고 있다.

 

2. 신자유주의 수탈경제와 민주주의 위기 극복은 진보정치의 당면과제


1) 신자유주의 수탈경제 극복

신자유주의 수탈경제로 인한 전반적 위기의 시대라는 규정은 수탈경제 극복을 대안의 중심에 세울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또한 대안은 중장기적 대안과 현 시기에 적합한 중점적인 행동강령으로 이중적으로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더 중요한 점은 두 번째 문제일 수 있다. 구체적이고 상황매개적인 대안 제출은 2010년의 공론 투쟁에서 사회당을 비롯한 진보정치 세력이 중점을 두어야 할 사항이다.


첫째로, 조세ㆍ재정적 수탈에 대한 폭로와 독자적인 조세재정개혁안을 선전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대중적으로도 부자감세 정부로 비판받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는 절실한 사항이 된다. 금융적 수탈 및 지대적 수탈에 대한 고율의 중과세를 재원으로 하는 조세안과 복지지출을 과감히 늘리는 재정안의 필요성을 대중에게 선전해야 한다.


둘째로, 지대적 수탈 문제를 부각시켜야 한다. 세종시 수정안은 지대적 수탈과 조세재정적 수탈의 결합을 보여준다. 저가의 원형지 공급은 입주 기업과 대학에 막대한 수탈 이득을 안겨주는 것이며, 공사를 통한 저가 공급은 비용을 납세자에게 떠넘기는 전형적인 조세재정적 수탈이다. 하지만 원안이냐 수정안이냐는 논쟁, 지역주의적 논쟁에 떠밀려 지대적 수탈 문제는 좀처럼 부각되지 않고 있다. 우리는 문제의 핵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폭로해야 한다.


셋째, 공공부문의 영리화 역시 수탈 개념에서 접근하여야 한다. 영리화는 개념상 당연히 공공의 것을 사유화, 사영화하거나 비공공적인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 즉 시장화하는 것이다. 공공재의 영리화 반대 및 영리화된 부분에 대해서는 재공공화 대안을 세워야 한다. 이 영역에서 공공재를 ‘공공의 것’, ‘모두의 것’으로 확인하고 그와 같은 보편적 조건과 보편적 운영의 원리로서 ‘공화국의 원리’를 대중적으로 선전할 필요가 있다. 의료공공성은 중요한 의제이다. 이 부분에서 단순히 영리병원 반대를 넘어서서 의료공급체계에서 공공적 공급의 문제를 부각시켜야 한다. 공공적 공급체계의 문제는 의료재정체계에서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조세형과 사회보험의 혼합형으로의 이행을 촉구하는 행동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이다.


가장 중심적인 수탈방식인 금융적 수탈에 대한 대안 투쟁은 현 시기에 좀처럼 부각되기 힘든 면을 가지고 있다. 많은 국민이 주가 등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주가치자본주의의 국민화가 - 국민 자산의 증권화 비율과는 무관하게 - 적어도 심리적으로는 이미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가의 폭락 등 변동사항이 발생할 때 금융제도 개편안이나 금융 과세안을 선전할 기회도 주어질 것이다. 금융에 대한 재규제는 오바마의 월스트리트 정책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범위와 수준만이 문제일 뿐이지 이미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부동산 문제에 대한 해결은 임대주택의 공급 등 공급중심 정책을 벗어나서 전반적인 시야에서 지대적 수탈의 해소에 초점을 맞추어서 선전해야 한다. 주택담보부대출이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문제는 금융적 수탈의 관점을 확보하여 토지 투기불로소득의 재환수 문제가 공론화되어야 한다.


중요한 점은 피해 대중의 문제이다. 물론 실업자, 비정규직, 영세자영업자 등 서민층이 가장 큰 피해대중이지만 피해대중은 여기에 한정되지 않는다. 금융자본 그리고 각국 정부의 재정확대에 힘입어 흑자를 보는 수출중심의 대기업을 제외한 모든 대중이 수탈경제의 피해자라 할 수 있다. 이 점은 공론 투쟁에서 우리가 우리의 주장을 국민적 의제로 만들 수도 있음을 뜻한다.


2) 기본소득 운동을 통한 배제 없는 경제의 수립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1950년대와 1960년대에 서유럽 국가들에서 가능했던 완전고용경제는 자본주의 역사에서 매우 예외적인 시기임이 증명되었다. 신자유주의 시대는 대량 해고와 일자리 축소로 대별된다. 기본소득 운동은 임금노동의 사회를 넘어선 사회적 필요활동의 사회를 지향한다. 노동과 소득의 연계를 부분적으로 완화하려는 기본소득 운동은 한편으로 모든 활동의 임금노동 형태로의 포섭, 즉 시장화를 저지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정규 임금노동의 축소가 낳은 결과, 즉 비정규직, 실업대중의 증가 등 각종 수준에서의 경제적 배제를 저지한다. 소극적인 측면에서 볼 때도 기본소득은 고용불안정이 소득불안정으로 바로 연결되지 않도록 한다.


아울러 기본소득의 재원을 투기불로소득 중과세 등 국가재정혁명으로 마련할 경우에 기본소득 도입은 수탈경제 극복의 방안이 된다. 이러한 국가재정혁명을 통해 자산가치의 하락, 아래로부터의 사회화, 사회적 총노동량의 재배치가 가능해질 것이다.


기본소득은 화폐로 보상되지 않는 활동의 화폐적 인정을 뜻하지만, 이를 통해 노동사회를 재구성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기본소득과 최저임금의 인상을 결합시키고, 기본소득의 노동시간단축 효과에 주목하는 대안은 정규 임금노동 축소의 시대에 대한 대안으로서의 기본소득의 의의를 높일 것이다. 기본소득과 보편적인 공공서비스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획기적인 노동시간단축이 이루어질 수 없고, 노동시간단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일자리 나누기와 고용확대, 사회적 총노동의 재분배도 불가능하다.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단축이 개별 기업 차원에서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에 전 사회적인 규모에서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것은 획기적인 노동시간단축이 가능할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이 된다.


3) 민주주의 위기 극복

민주주의 위기에 대한 극복의 대안은 무엇일까? 당연히 신자유주의를 극복하는 더 많은 민주주의, 서민중심의 사회경제적 민주주의고, 곧 밥 먹여주는 민주주의다. 기본소득 도입과 보편적 복지의 확장을 통해 우리는 보편적 자격에 부합되는 사회적 조건, 모두에게 공통적인 사회적 조건을 수립해야 한다.


1987년 항쟁의 성과에도 헌법 제1조는 여전히 실현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국민의 진정한 주권행사를 가능하게 만드는 사회적, 경제적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정한 국민주권의 실현은 선거권과 피선거권만 주어진다고 되는 게 아니다. 오직 모든 국민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충분한 기본소득을 얻고, 의료ㆍ교육ㆍ주거ㆍ보육ㆍ노후에서 보편적 복지가 보장될 때만 진정한 국민주권이 실현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사회적 권리들이 평등한 선거권과 마찬가지로 모든 국민에게 당연한 권리로 주어질 때만, 국민은 주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을 얻으며, 비로소 나라의 진정한 주권자가 될 수 있다. 국민 모두의 보편적 복지를 통하여 경제사회 영역에서 다수 대중이 배제되지 않을 때만 국민주권 원칙이 비로소 현실의 원칙일 수 있다. 기본소득과 보편적 복지를 통한 사회적 공화국의 수립은 정치적 국가의 존립조건이며, 더 나은 사회로 나가기 위한 최소한의 전제조건이다.


민주주의 운동에서 우리의 과제는 민주주의의 원리인 ‘평등한 자격의 원리’를 ‘공통적으로 평등한 조건의 원리’로 이해하는 관점으로부터 나온다. 즉 보편적 복지는 우리의 민주주의 운동의 핵심이다. 정치적 국민주권은 평등의 원리에 기초한다. 부자이건 가난한 사람이건 누구나 평등한 선거권을 가진다. 기본소득도 평등의 원리에 기초한다. 기본소득은 재산 정도나 노동 여부 등 어떤 특수한 경제적 조건과 상관없이 오직 사회 구성원이라는 평등한 자격에만 근거를 두고 동일한 액수로 지급된다. 기본소득과 같은 보편주의 복지에서 복지 원리와 민주주의ㆍ국민주권 원리의 상동성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공론투쟁에서 우리는 이와 같은 상동성에 의거하여 민주주의, 평등, 보편적 복지를 동의어로 사용하여야 한다. 민주주의 운동에서 우리의 준별성을 강조하기 위해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강조할 필요가 있으나 자칫 이와 같은 수사를 통해 우리가 정치의 문제를 경제의 문제로 해소해 버리는 것처럼 비춰져서는 안 된다. 수탈경제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위기도 우리에게는 중요한 시대 규정이다. 민주주의 운동이 더 얻어야 할 것이 무엇이고 정작 파괴되거나 후퇴한 것은 핵심적으로 무엇인지를 묻고, 우리의 입장을 1987년 민주주의 수준을 넘어서는 새로운 민주주의 운동으로 표방해야 한다. 짧게는 실질적 민주주의, 길게는 보편적인 자격에 입각한 공통적이고 보편적인 사회적 조건을 확립하는 실질적 민주주의, 이와 같은 표현이 너무 추상적이라고 생각된다면, 기본소득과 보편적 복지를 통한 실질적 민주주의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III. 은평을 국회의원 재선거

 

1. 은평을 국회의원 재선거의 형세


1) ‘민주대연합’의 작동 가능성

현재의 ‘반MB 민주대연합’이 지방선거 이후에 유효하게 작동할 것인가는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큰 변화가 없는 한에서 6월과 7월 정세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2) 진보정당의 처지와 진보대연합

진보 3당의 ‘진보대연합’ 구도는 민주노동당이 민주당 지지 행보를 반성하고 바뀌지 않는다면 어려울 것이다. 사회당은 은평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후보를 내고 진보신당을 비롯한 진보정치 세력들과 진보 연합을 타진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의 제1원칙은 ‘대안 중심’의 연합, ‘대안 중심’의 공동 정치전선 구축이다. 진보정당의 처지는 가시밭길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사태가 명확해진 만큼 심각성에 대한 공동의 인식과 대응 또한 명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2. ‘진보대연합’과 사회당


1) 대안 중심 ‘진보대연합’

이번 지방선거에서 진보정당의 처신에 실망한 대중들이 많다. 민주노동당의 경계를 넘은 탈선, 대안세력으로 전진하지 못하는 진보정치의 현주소 등. 사태가 어렵게 전개되고 있지만 ‘진보대연합’과 ‘대안연합’을 추동하는 흐름들도 분명히 있다. 우선 ‘기본소득연합’은 비록 대중적 영향력이 적지만 ‘대안연합’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진보정치세력의 연대를 위한 교수ㆍ연구자 모임’이 여러 가지 진보적 대안들의 소통과 교류를 통해 ‘진보대연합’을 추동하기 위한 주요한 흐름으로 존재하고 있다. 사회당은 이러한 대안 중심 ‘진보대연합’의 흐름과 함께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공동의 출구전략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어야 한다.


2) 사회당의 전략과 목표

‘한나라당-민주당(민주대연합)-대안진보’의 3자 구도를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가가 지방선거부터 은평을 국회의원 재선거까지 사회당의 구도형성 전략이다. 중요한 점은 늘 실현 전략인데, 실현 방안으로서는 신자유주의 수탈경제를 극복할 사회경제대안을 중심으로 흐름과 경로를 만들어 가는 선도적 의제투쟁, 공론투쟁이 중요하다. 하지만 상층 정치연합에서도 적극적이며 공세적인 전략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연합정치를 무조건 배제하는 태도와 분열주의 전략은 현 정세의 심각성을 간과한 태도이다.

 

IV. 좌파 대안정당의 길

 

1. 사회당의 과거와 현재


1) 당의 발전 단계 - 과제를 중심으로

1998년 창당한 청년진보당은 <청년정치세력을 결집시키는 ‘청년정당’>, 2001년 당명개정 후부터 2003년 강령개정까지의 사회당은 <국가사회주의와 사회민주주의의 오류를 극복한 혁신 사회주의에 입각한 대중적 ‘이념정당’>, 2003년부터 2006년 강령개정까지의 사회당은 <가장 배제된 사람, 가장 억압받는 사람과 가장 먼저 연대하는 ‘연대정당’>, 2006년 강령개정 이후 오늘까지 사회당은 <신자유주의 수탈경제를 극복하고 모든 사회구성원의 나라인 ‘사회적 공화국’을 수립하는 ‘좌파 대안정당’>으로 자신의 지향점을 밝혔다.


과제들은 부분적으로 수행되었지만 어떤 과제도 완수되지는 못했다. 현재의 사회당은 ‘좌파 대안정당’ 수립과제를 중심으로 ‘청년정당화’, ‘이념정당화’, ‘연대정당화’의 과제를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대안정당화’는 다른 과제들을 철회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당의 역사상 등장한 4대 과제를 동시에 실현하는 ‘전략의 중심’으로서 위치지어진다.


지난 십여 년 이상 ‘노동자 민중의 독자 정치 세력화’라는 과제에 왼쪽에서 개입해 온 사회당의 노력은 2002년 대선 이후 사실상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실패 이후 우리는 시기별로 볼 때 두 가지 노력을 했다고 할 수 있다. 하나는 권리를 박탈당한 사람들의 권리 주장 운동과 맞물려 전통적인 좌파 운동의 범위 밖에 있던 움직임과의 연대 운동을 벌였다. 이를 통해 우리는 최소한의 조직적, 지역적 기반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이론적 수준에서 전통적인 좌파 운동을 넘어설 수 있는 감성을 경험하였다.


다른 하나는 첫 번째의 경험에 근거하면서도, 지난 세기 지구적 좌파 운동에 대한 이론적 반성에 기초하여, ‘이념정당’, ‘정책정당’, ‘대안정당’으로 스스로를 재구성하려는 노력이었다. 이는 2006년 여름 이후 ‘미래전략기획단’, 2006년의 ‘사회적 공화주의’ 강령의 채택, 2007년 대선 참여로 이어졌다. 이는 또한 대선 이후 미국발 금융 위기로 시작된 세계경제 위기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의 민주주의의 위기 속에서 ‘기본소득’ 운동의 제창으로 나아갔다.


이러한 시도를 크게 보자면 고루한 진보 운동을 넘어서서 진보를 재구성하자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런 노력은 미래적으로 볼 때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한국의 정치 상황은 최소한 세 가지 체제 (53년 체제, 87년 체제, 97년 체제)의 착종이며, 따라서 새로운 정치의 시간은 주객관적인 이유로 지연되고 있다. 물론 그러한 지연이 임계점을 넘어설 것인지, 아니면 변형된 형태로 발산될 것인지는 전적으로 주체의 노력에 달려 있다.


2) 현 상태

‘대안정당화’는 17대 대선의 참패와 후유증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가닥을 잡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2009년 강령개정 이전까지 ‘대안정당화’는 방어적인 시기를 거쳤다면, 강령개정 이후부터는 공세적인 시기로 전환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의 모습은 그렇지 못하다. 그러나 ‘기본소득국제학술대회 개최’, ‘기본소득네트워크의 활동’, ‘진보정치세력의 연대를 위한 교수ㆍ연구자 모임의 발족’ 등으로 우회적이긴 하지만 안팎에서 대안중심연합의 기운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이제 능동적인 개입 정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민주 대 반민주와 같은 한국의 유사 정당 체제의 경계선 밖에 있는 사회당에게 이번 선거들은 여러 가지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목표를 설정하고 참여해야 하는 중요한 계기이다. 우선 기존 진보운동의 최종적인 파열의 문턱으로 예상되는 2012년 선거 이전까지 공개적인 정치적 격돌의 장으로서의 선거는 열리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미약하지만, 유망한 ‘진보재구성의 깃발’로서의 ‘기본소득’을 선전하고, 이를 통해 미래의 씨앗을 모으는 노력과 대안 중심의 연대연합 정치의 가닥을 잡는 일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다음으로 정치란 행위 자체가 인격으로 표현되고, 인격으로 작동한다고 할 때 우리의 대안 정치가를 대중에게 공개하는 일은 어떤 기회 속에서도 중요한 일이다.


이런 중차대한 목표를 달성해야 하지만, 여전히 2010년의 선거에 임하는 우리의 불리한 조건을 하나둘이 아니다. 다 알고 있듯이, 지난 2년 간 사회당을 대표하는 전국적인 인물을 양성하지 못해 지방선거의 중심 지점인 서울시장 선거를 감당하지 못했다. 이러한 난점은 유사 정당 체제의 경계선 밖에 있다는 조건과 맞물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정확한 전술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때 정확한 전술은 우리가 가진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 여운을 남기는 것이어야 한다. 또한 그만큼, 아니 그 이상 중요한 것이 우리가 가진 정치적 목표의 정당성을 추상적인 수준에서만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중단기적인 활동 속에서 확보하려는 우리의 의지와 지혜이다.

 

2. 사회당의 미래, 진보대안정당


1) 진보대안정당과 선거투쟁

청년진보당은 구로 보궐선거에서 예상보다 선전함으로써 ‘청년정당’의 실체를 알릴 수 있었다. 구로 보궐선거는 2000년 총선이 가능할 수 있는 정치적 파워를 마련했다. 2001년 당명개정 이후 사회당은 민주노동당에 대해 공세국면을 열었는데, 공세기의 여건은 역시 2001년 구로 보궐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을 꺾음으로써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 1.58%를 득표했으나 2%를 득표하지 못했고, 특히 사회당 대표의 서울시장 선거 결과는 민주노동당에 대한 수세기를 가져 왔다. 2002년 대선 전략이나 그 이후의 ‘연대정당화’ 과제 등, 2002년 지방선거 이후에 제시된 기획들은 대개 수세기의 기획들이다. 수세기는 깊어졌지만, 여러 곤란에도 불구하고 사회당은 2006년 ‘대안정당화’의 기치를 들었다. 이는 공세로의 전환을 예비하는 수세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2007년 대선은 ‘진보의 재구성’과 ‘대안정당화’를 위한 ‘기치(깃발) 투쟁’이었다. ‘기치 투쟁’에도 불구하고 전체 진보정치세력의 ‘대안정당’으로의 전환은 유예되었다. 2010년 지방선거와 은평을 국회의원 재선거는 ‘대안정당화’가 2012년으로의 경로를 열 힘을 얻는가 얻지 못하는가를 결정할 계기가 될 수 있다. 사회당 ‘대안정당화’의 중심인물이 후보로서 은평을 국회의원 재선거를 대표하며, 두 번의 구로 보궐선거가 낳은 효과보다 상회하는 효과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2) 2012년을 향하여

2012년은 사회당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사회당은 총선에서 대중적 ‘진보대안정당’으로서의 최소 존재감을 얻어야 한다. 총선이 먼저이고 대선은 그 이후이므로 그 사이는 정치지형 변화에 따른 ‘이합집산기’이다. 총선 결과는 그 이후 시기에 대해 사회당의 능동적 개입이 가능한가의 문제를 결정할 것이다. 사회당에게 2010년 선거는 2012년으로 가는 진입로이겠지만, 2012년 선거는 한 시기를 결산하는 선거가 될 공산이 크다. 2012년 대선은 ‘포스트 1987’ 정치지형이 드러나는 시기일 것이기 때문이고, 총선의 결과는 대선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2012년 총선으로 가는 과정에서 진보적 대안 정당의 대두는 관건적인 문제가 된다. 은평을 국회의원 재선거는 좌파 대안세력의 존재를 알리고 대안중심 진보대연합을 추동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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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기본소득네트워크 운영위원장 금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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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ogos de fazer bolo 2011/09/14 17: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보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