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와서 공개하면, 이계안이 은평에 나올 생각이 있다고 할 때, 나는 택도 없는 생각 하지도 말고, 차라리 '강남 좌파' 내걸고 압구정에서 승부봐라, 그렇게 말했다.
은평은, 구석구석까지라고 말하지는 못해도, 내가 잘 아는 동네 중의 하나이다.
인간 우석훈, 대학 시절부터 그렇게 데모하고 선동질하고 돌아다녀도, 서대문서에서 대략의 윤곽은 잡아도 끝까지 이름은 잡아내지 못할 정도로 미꾸라지처럼 잘 도망 다녔었다.
그걸 위해서 가출까지 하면서 운동하는데, 족적이 잘 잡히지가 않을 것 아니냐.
그런 내가 처음으로 벌금형이지만 실형 선고 받은 곳이 바로 은평 뉴타운 때였고, 은평 경찰서에 출두하고 그러면서...
결국 피선거권을 박탈당하게 되는 일까지 벌어진 곳이 은평구였다.
상고할까 했는데, 그런다고 이제 곧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명박한테 이길 가능성도 별로 없어보이고, 무엇보다도 같이 할 사람이 없어서, 그냥 벌금 내고 말았다.
그래도 여전히 마음에 남아서 가끔 꿈에도 나오는 게, 한양주택 주민들과 당시의 한양주택 지도부들의 모습. 나도 목숨걸고 시민단체 연대체의 사무국장 역할을 하면서 몇 년을 뛰어들었던 뉴타운 싸움에서 지고 물러나면서, 다 잊을 법 했지만, 한양주택 주민들에 대한 부채의식 같은 것은 마음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솔직히, 은평에서 41년 살았다고 하는 이재오 앞에서,
내가 사실상 이재오 사무실이었던 서울민중연합 사무실에서 간사로 데뷔할 때, 그 때도 사무실이 홍제동에 있었다.
야당 후보들은 여기에 명함 내밀 처지 안된다.
나오겠다고 하던 이계안은 "그렇다면 나도 한 번", 그 이상의 명분을 나에게 보여주지 못했고, 금민 후보도 앞으로는 살겠다는 거지, 당신이 은평을 뭘 아느냐, 하면 별 할 얘기 없다. 나머지 사람들은? 내가 이해하는 바로는 50보 100보다.
백기완 선생이 이 동네에 살고, 그 양반 집이 딱 뉴타운 구역에 들어가 있었다. 겨울에 보일러 고칠 돈이 없다고 신문에 나왔던 바로 그 해의 일이었다. 이 양반은 누굴 지지할까, 그런 얘기들이 은평의 얘기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
사실, 나는 이번 은평 선거는, 꼭 이계안 아니더라도 민주당에서 적당한 사람 내면 그냥 합치자, 그렇게 지지할 생각이 있었다. 지난 서울 시장 선거에서 간발의 차이로 한명숙 후보가 졌을 때, 그 마음의 부채감이 나라고 왜 없었겠나.
(부채감 있다, 아주 약간...)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노회찬 후원회장 하면서 3% 고지를 지킨다고 나도 열심히 뛰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장 선거 패배에 대한 부채감 마저 마음 속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장상이 이 지역에서 후보로 결정되었을 때, 솔직히 나는 그러한 판단에 대해서 존재론적인 질문도 던졌다.
왜 하필 장상? 천호선처럼 아예 모르는 사람이면, 그래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가자, 그럴 수도 있었을텐데, 장상!
좋든 싫든, 그도 나의 상사였던 적이 있고, 현대그룹 시절부터 나의 직장 생활 마지막 순간까지, 상사와 다툼은 많았어도 상사가 싫어서 근무지를 옮긴 딱 한 번의 경험이 장상과 함께...
그래서 이번 재보궐 그리고 특히 은평구 선거는 그냥 넘어갈려고 했다. 어차피 나는 투표권도 없고, 나는 이제 정치하는 사람도 아닌데, 무슨 일이 벌어지든, 내는 모른다... 할려고 했다.
그러나 금민이 내건 정책이, 그냥 묻고 가기에는 의미가 있었다. 그래서 어차피 마이너 리그, 동네 리그인데, 금민이나 지지하자, 그게 애초의 생각이었다.
금민, 나도 최영미와 함께 하는 작은 음악회, 그 자리에서 처음 봤다.
그리고 이틀 연속 유세를 같이 했는데.
솔직히 이런 음흉한 생각은 든다.
장상이 후보로 결정되면서, '천기' 같은 요상한 표현을 치자면, 이재오의 운이 아직은 끝나지 않았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대한 자세한 얘기들은, 선거 좀 지나고, 또 격풍 좀 지나서, 이제 누구한테 상처줄려고 그 얘기 하는 건 아니다, 그럴 정도 시간이 되면 그 때 하기로 하자.)
어차피 어려운 것, 정책이라도 좀 보자, 그런 생각을 한 것이 사실이다.
금민이 xx% 정도를 넘으면, 이재오 보다는 뒤지지만, 아마 장상일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는 그 야당 통합 후보다는 살짝 투표율이 넘게 된다.
물론 현실적 가능성 0%다.
그러나 그렇게 된다면? 생각은 해볼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러면 최소한 사회당이 내건 정책은 선거사에 남는다.
그런 생각도 좀 한다.
나한테 진짜 어려운 질문은 이런 거다.
예를 들면, 천호선을 지지했던 표가 장상한테는 갈 것인가? 답은, 아직 잘 모르겠다.
생전 처음 사회당이라는 요상한 이름에 투표하는 사람들은, 과연 투표장에서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그런 질문들을 가지면서, 만약 금민이 야당 통합 후보보다 높게 나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런 흉악한 생각들을 좀 해본다.
(오늘 거리에서, 어제는 못 본 새로운 흐름의 전환 가능성을, 처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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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lica watches 2012/05/14 17: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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